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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평론의 위상

영화 평론이 대단히 고상한 일인 것처럼 허세를 떠는 사람들이 더러 있지요. 실제로는 그들의 일이 그렇게 대단치 않은 것이니 오히려 낮잡아 보셔도 됩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영화 평론은 지성 세계에서 위상이 아주 낮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평론은 해석학에 뿌리를 둔 활동입니다. 해석학은 성서해석학에서 비롯된 학문이며, 성서해석학은 성서에 대한 인문적 접근으로 촉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서를 인문학 텍스트처럼 따져 묻기 시작하면서 성서 읽기가 종교적 차원에서 학문적 차원으로 이행하는 가운데 성서해석학이 학문 분과로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성서가 감히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없던 텍스트였다는 점을 의식할 수 있습니다. 지성 세계에서는 이처럼 텍스트 간의 위계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단상들 2025.06.21

영화평 쓰기는 비전문적[혹은 탈전문적] 행위일까

‘순교자’는 법정에서 증언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희랍어 martys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박해 끝에 죽어가면서도 신앙을 굽히지 않는 사람들을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사람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그리고 성화 중에는 이러한 순교자를 그린 그림들이 있다.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의 도 그 중 하나다. 세바스티아노는 로마 근위대 소속 장교였으며 일설에는 고위 장교를 맡기도 했다고. 세바스티아노가 언제 어떻게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의 신앙이 발각된 건 군대에서 꽤 높은 직급에 있을 때였다고 한다. 당시 황제였던 디오클레티아노(Diocleziano)는 세바스티아노에게 기독교 신앙을 버릴 것을 명령한다. 세바스티아노는 응하지 않고 황제는 화살 처형을 내린다. 만테냐의..

단상들 2025.06.14